1927년 5월 27일 민족단일당 조직운동의 일환으로 민족주의계·사회주의계 여성운동을 통합·단일화한 여성단체 근우회가 창립되었다. 차미리사·김활란·김일엽·정칠성·유영준·최은희·정종명·황신덕 등 사회 각계 각층에서 활약하는 의사·교사·기자·종교인·문학인·실업인 40여 명은 1927년 4월 26일 발기인 총회를 가지고, 5월 27일 기독교여자청년회(YWCA) 강당에서 열린 창립총회에서 21명의 집행위원을 선출했다. 이들은 창립이념을 여자의 단결과 지위향상에 두고, 여성에 대한 사회적·법률적 일체 차별 철폐, 봉건적 민습과 미신 타파, 조혼 폐지 및 결혼의 자유 등을 행동강령으로 내세웠다. 근우회는 전국 약 60여 개의 지회를 통해 회원모집, 음악회, 야학 등의 활동을 활발하게 벌였으나, 1931년 신간회가 해소를 결의하면서 해소론이 대두되었다. 근우회의 해소 배경은 일제의 탄압, 코민테른 지령에 따른 사회주의 운동계의 행동통일, 여성지도자의 지도력과 근우회운동에 대한 추진력이 약했던 점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근우회운동은 오늘날 한국여성운동이 당면한 문제들을 1920년대에 이미 제시함으로써 한국여성해방운동의 모태가 되었다.

근우회 선언문에서는 1,000만 조선여성이 가장 불리한 지위에 처해 있는 이유로 청산되지 못한 구시대의 봉건적 유물과 현대적 모순을 들었다. 이같은 시대적 불합리를 극복하기 위해서 전국 여성이 단결해야 함에는 불일치가 있을 수 없을 것이며, 이 역사적 과제를 수행해가는 것은 1,000만 자매의 역사적 임무라고 했다. 또 여성 자신의 해방을 위해 분투하는 것은 동시에 조선사회 전체를 위한 분투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근우회운동을 조선사회 전체에 연결시킨 것은 일제 식민통치를 벗어나 완전 자주독립되어야 하는 민족주의적 입장을 강하게 나타내고 있는 것이며, 세계인류 전체에 연결시킨 것은 여성이 해방되는 날 세계가 해방될 것임을 제시한 것이다. 또한 현대적 모순에는 일제 식민통치와 자본주의적 경제체제의 모순이 동시에 내포되어 있으므로 이러한 모순들에서의 해방을 위해 조선자매들은 공고히 단결해야 함을 근우회 강령 제1조로 채택했다. 강령 제2조의 여성의 지위향상은 여성해방운동에서 보다 근원적인 문제였다. 역사적으로 있어왔던 각 시대의 사회적 모순은 현대에 와서 더욱 규모가 커졌고, 여성 지위가 부분적으로 향상되었다고 하나 이 역시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여성의 지위는 더욱 낮아 구시대의 유물청산이 지식향상보다 선결되어야 한다고 했다.

여성 지위향상의 구체적인 운동방향은 1929년 7월 25일 근우회 본부에서 개최된 집행위원회에서 제정한 7개항의 행동강령에 잘 나타나 있다. ① 여성에 대한 사회적·법률적 일체 차별 철폐, ② 봉건적 민습과 미신타파, ③ 조혼폐지 및 결혼의 자유, ④ 인신매매 및 공창폐지, ⑤ 농민부인의 경제적 이익 옹호, ⑥ 부인노동의 임금차별 철폐 및 산전산후 임금지불, ⑦ 부인 및 소년공의 위험노동 및 야업폐지이다. ①은 여성차별적 모순으로서의 현실적인 사회구조에 대한 저항이며, ②~④는 가부장권 구습에 대한 도전과 극복을 제시한 것이고, ⑤~⑦은 여성에 대한 경제적 차별을 논한 것이다.

>> 목차고리 : 단체